UTAA 건축사사무소는 지난 10년간 건강한 집, 따뜻한 공간을 가진 도시 내 건축물을 만들어왔다. 보여지기 식의 독특한 디자인보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결과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어진 각기 다른 조건 내에서 최대한 솔직하고 명쾌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재료 하나하나의 접합과 만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넓은 도로와 화려한 빌딩이 들어선 청담 사거리와는 다르게, 이번 프로젝트 비원[祕苑]의 대지는 6m 도로에 접한 언덕 교차로에 위치해있다. 인근의 재개발중인 건물들은 일률적이고 과밀된 매스, 그리고 자기들만의 폐쇄적 언어로 가로의 풍경을 어둡고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UTAA는 대지에서의 답답함은 해소하면서 시각적인 확장과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비원[祕苑]을 이루고 있는 소재는 벽돌이다. 벽돌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재료로, 좋은 건물과 사람처럼 시간에 비례하며 그 가치를 증명한다. 비원의 입체적인 매스에는 차분한 느낌의 백고벽돌을 단일재료로 사용해, 건물 자체에 무게감을 주면서 웅장하고도 차분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한편, 백고벽돌이라는 단일재료만으로도 건물이 조금 더 다채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규칙적인 볼륨보다 엇갈림과 줄임을 통해 다채로운 형태의 매스를 만들어냈고, 일반 치장 쌓기부터 영롱 쌓기 등 패턴에도 변화를 주었다. 또한, 가로와 적극적으로 대입되는 외부 계단을 통해 시각적 확장,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비원은 층별 볼륨이 엇갈리도록 쌓인 형태다. 이런 구조를 통해 층마다 자연스럽게 테라스 공간이 형성되었고, UTAA는 건축주와 이용자들이 이 테라스를 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테라스는 건물 내외부의 전이 공간이자 도시에서 쉬이 가질 수 없는 숨겨진 정원, 동시에 바람이 통하는 통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내부 공간은 백고벽돌을 닮은 밝은 그레이 계열의 타일로 천장과 벽, 바닥을 마감했으며, 층고가 최대 5m에 이르기 때문에 개방감이 느껴진다.
 
 
 
UTAA는 건축물의 ‘면적 찾기’뿐만 아니라 도시 안에서 건물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이번 비원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숨겨진 도심 속 정원인 테라스와 썬큰(Sunken), 그리고 6m 도로를 향해 열린 계단은 그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도시로의 열린 공간이며, 벽돌 사이로 볕이 드는 테라스는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숨겨진 비밀의 정원으로 기능한다. 한편, 폐쇄적 계단실과 벽돌로 둘러싼 열린 계단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직접 연결되는 동선을 만들고, 벽돌이 가지는 다양한 패턴과 빛의 흐름에 따라 여러 표정을 짓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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